“파란을 꿈꾼다” 극동대 소녀들의 아름다운 농구 도전기
“파란을 꿈꾼다” 극동대 소녀들의 아름다운 농구 도전기
  • 이원희 기자
  • 승인 2015.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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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TN DB

[STN스포츠=이원희 기자] “농구가 좋아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처럼, 극동대 여자농구부 선수들의 마음도 같았다. 그동안 함께 했던 고난과 땀방울, 그리고 환희. 1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러 악조건도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소녀들을 스쳐갔다. 진심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할 일들이었다. 시간이 흘러 올 시즌 극동대 소녀들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극동대 농구부 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소녀들의 꿈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극동대 농구부를 아시나요

2009년 극동대 농구부가 첫 발을 내디뎠다. 극동대 유인영 감독은 “여자농구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간단명료하게 창단 목적을 정리했지만 그 속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엇보다 농구부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선수들이 없었다. 유 감독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선수들을 하나둘씩 모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이라는 호칭이 낯선, 아니 농구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패스, 슈팅, 드리블 등 기본 훈련부터 처음 접하는 선수들이 많았고, 심지어 농구의 규칙까지 모르는 선수들도 있었다. 극동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자면, 때는 극동대 농구부의 첫 경기. 상대는 대학 여자농구의 강호 용인대. 힘든 대결이 예상됐지만 패기와 자신감으로 뭉친 극동대가 어느 정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유 감독은 “상대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실전 경험이 없어 전술은커녕 경기 규칙도 제대로 숙지가 안 되서 어려운 경기를 했습니다”며 아찔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극동대는 용인대에 22-82라는 큰 점수 차이로 패배. 첫 경기를 마무리했다.

‘신생팀’의 전형적인 스토리로 극동대 농구부를 향한 지원 역시 넉넉지 않았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 체육관이 없어 운동장에서 농구공을 튀겼고 선수들의 개인 농구화도 머나먼 이야기였다. 선수들은 각자 평소 신는 운동화를 들고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였다. 농구부 유니폼도 선배들이 입고 물려주는 형식이었다. 그렇다고 성적이 당장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극동대는 성적에서 이렇다 할 기쁨을 누리지 못했고 농구부 창단 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단 1승에 머물렀다. 극동대 선수들의 고된 노력에도 현실은 냉혹했고 속된 말로 나갔다 하면 깨지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유 감독은 실망이라는 대신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었다. ‘1승’이라는 값진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 감독은 “2012년 서울여대를 상대로 이긴 것이 우리의 유일한 1승이었습니다. 잊을 수 없어요”라면서 그날의 감동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다. 이어 유 감독은 “4년간 1승. 왜 농구팀을 운영하느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학교는 설립된 지 16년째에요. 그중 농구부는 5년. 짧은 시간은 아니죠. 극동대는 학생들의 미래 비전을 보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당장 1승, 2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을 꾸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고 밝혔다.

▲ 사진=STN DB

2012년부터 극동대도 농구 특기자 전형으로 엘리트 선수를 선발했다. 때문에 극동대 농구부 의 전력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극동대의 현실에 많은 고등학생이 다른 대학교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농구부의 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질문에 답변은 ‘이전과 비슷하다’이다. 아직 극동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농구부의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고, 학교의 지원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체육관. 지금도 극동대 선수들은 전용 체육관 없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지역 중‧고등학교 체육관을 빌려 훈련을 이어가고, 이마저도 훈련 시간이 두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극동대 농구부 주장 정유림 학생은 “훈련을 더 하고 싶어도 시간이 되면 ‘땡’하고 나와야 해요. 배우고 싶은 기술은 많은데 연습을 하지 못하니깐 답답해요”라고 밝혔다. 극동대 주득점원 김은비도 “슛 연습을 더 하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라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극동대 선수들은 새벽에 일어나 대학교 언덕을 뛰는 것으로 자신을 달랜다. 차가운 새벽 공기와 아침 해가 그들을 지켜볼 뿐이다.

약체에서 다크호스가 되기까지

2015 남녀 대학농구리그 여자부 리그 성적 7승 5패. 올 시즌 리그 4위. 그야말로 극동대가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유 감독의 말처럼 극동대의 약진은 놀라운 일이었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많은 관계자가 극동대를 리그 최약체로 분류했다. 다른 대학교들에 비해 전력이 열세라고 평가 받았고, 극동대 자체에서도 훈련량이 적어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각 대학이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예상할 때도 극동대 선수들만이 자신들이 주인공이라고 점쳤다. 유 감독은 “대학리그 단국대와의 개막전을 준비하는데 주변에서 ‘오늘 경기 이겨서 드디어 1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유 감독조차 웃어 넘겼던 말이다. 하지만 실소는 환호로, 주변의 예상은 놀라움으로 변했다. 지난 3월 극동대는 정규리그 홈 개막전에서 단국대에 85-84로 승리. 기세를 몰아 극동대는 한림성심대와 광주대까지 잡는 저력을 보였다. 극동대의 파란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 사진=STN DB

지난 8월 대학농구계가 또 한 번 들썩였다.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며 개막전을 포함해 9연승을 달리던 용인대가 올 시즌 정규 리그 첫 패배를 당했기 때문. 용인대의 질주에 급제동을 건 것은 다름아닌 극동대였다. 양 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접전을 이어갔지만 승부는 막판 집중력에서 갈렸고, 극동대 정유림과 김다솜이 분전한 끝에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유 감독은 “운이 좋았다”면서도 “‘용인대를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술적으로도 선수들이 잘 움직여줬고 경기 흐름도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이제 극동대는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상대는 또 다시 용인대.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다. 정유림 학생은 “우승하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유 감독의 바람도 마찬가지였다. 유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감사하죠. 그래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입니다. 아이들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챔프전까지 오르고 싶습니다”고 전했다.

그래, 아직 소녀잖아

“그동안 자존심 상했어요. 다른 대학팀들이 저희를 얕보고 무시했거든요. 실력으로 되갚아서 기분이 좋아요” 극동대 선수들은 올 시즌 돌풍의 원동력을 ‘오기’라고 표현했다. 그간의 설움도 많았을 터. 그녀들을 승부욕에 불타게 한 것은 힘들었던 '환경적 영향'도 한몫했다. 훈련장도 없이, 훈련 시간도 제한받는 상황에서, 다른 대학팀들이 마음 편히 훈련하는 모습으로 보고 적잖이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때마침 ‘먹고 해라’는 한마디와 함께 극동대의 한 교수가 훈련하던 선수들에게 빵을 전했다. 앞서 전했듯이 극동대 농구부는 체육관이 없다. 극동대 교수도 선수들에게 빵을 건네주기 위해 먼 거리를 직접 나섰다. 이를 지켜본 유 감독은 ‘극농사모’의 일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하나둘씩 극동대 농구부를 알아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더라고요. ‘극농사모’는 극동대 농구부를 사랑하는 교수님들이 모인 모임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교수님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려고 노력합니다. 갈비탕을 먹으면 꼭 승리한다는 징크스도 있어서, 경기 전에는 선수들에게 갈비탕을 사주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빵을 보면서 ‘까르르’ 웃어대는 극동대 선수들의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다.

▲ 사진=STN DB

“딸 같죠”라는 한 마디를 툭 던진 유 감독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이들이 어디에 가서라도 당당하게 살면서, 자신의 꿈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있는데 그 웃음이 영원토록 지속됐으면 합니다. 착하기도 엄청나게 착해요. 순해빠진 녀석들이죠. 실제로 저는 선수들 또래의 자식이 있어요. 선수들도 제 자식처럼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하하” 선수들 자랑에 행복해 하는 유 감독의 웃음소리가 체육관 안을 가득 메웠다.  

극동대 농구부는 오는 10월 1일 용인대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한 번 잡은 상대이지만, 용인대의 기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물론 스포츠에 정해진 결말은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극동대 농구부가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염원했던 승리를 넘어, 이제 극동대 농구부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무슨 상관이랴. 그대들은 꿈 많은 순수한 소녀들 아닌가.

▲ 사진=STN DB

mellor@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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