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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브 흔들려도 공격하면 되잖아” 클러치박의 생각을 바꾼 말

“리시브 흔들려도 공격하면 되잖아” 클러치박의 생각을 바꾼 말

  • 기자명 이보미 기자
  • 입력 2021.08.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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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사진|선수 제공
박정아. 사진|선수 제공

 

[STN스포츠=이보미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의 4강 기적 속 레프트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의 존재감은 컸다. ‘클러치박’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게 그의 생각을 바꾸게 해준 이들이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8강 진출도 낙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3회 연속 8강행에 성공했고, 역대 4번째 4강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동메달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하면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여자배구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히 한국은 조별리그 A조 일본과의 경기에서 5세트 12-14를 뒤집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8강행을 확정지은 바 있다. ‘클러치박’이 해결사로 나섰다. 김연경이 후위에 있었고, 13-14에서는 선수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세터만 2명이 들어간 상황이었다. 라이트 공격수가 없었기에 상대는 전위에 위치한 박정아만 봤다. 박정아도 이를 알고 있었다. 

박정아가 반격 과정에서 대각 공격을 성공시키며 14-14 기록, 듀스에 돌입했다. 일본의 2000년생 레프트 이시카와 마유의 공격 범실로 15-14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긴 랠리가 펼쳐졌다. 한국의 수비 후 박정아가 첫 번째 밀어내기 공격을 시도했지만 리베로 오지영의 수비로 랠리를 이어갔고, 김수지가 높게 공을 올렸다. 박정아의 두 번째 밀어내기 공격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정아는 13일 STN스포츠와의 통화에서 “한일전 5세트 마지막에도 우리끼리는 코트 안에서 ‘끝난 거 아니다’라고 말을 했고, 절대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라이트 공격수가 없어서 ‘빨리 준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14-14 동점을 만든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15-14 이후 마지막 득점 상황에서는 “공이 네트에 붙은 상황에서는 그렇게 밀어낼 수밖에 없는 거였다. 나중에 언니들은 내가 밀어내기 공격으로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붙여줬다고 했다”며 “다만 한국 리그에서는 잘 생각해서 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정아에게 5년 전 2016 리우올림픽은 상처가 컸던 대회였다. 상대적으로 서브리시브가 약한 박정아에게 타 팀 선수들이 목적타 서브를 시도했고, 박정아가 이를 버티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8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박정아를 향한 악플이 쏟아졌다. 

도쿄에서도 상대팀들은 박정아를 집중 공략했다. 서브리시브를 실패한 경우도 있었고, 잘 버틴 경기도 있었다.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다. 박정아는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맞불을 놨다. 

박정아는 “상대 선수들은 계속 나한테 목적타 서브를 넣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는데 지영 언니, 연경 언니가 리시브 범위를 더 가져갈 테니 서브를 받으면 위로만 올려놓으라고 해서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면서 “라바리니 감독님과 세자르 코치님도 계속 자신감을 줬다. ‘너 자신을 믿어라’, ‘더 잘 할 수 있는데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리시브 못해서 힘 빠져있으면 ‘스트레스 받지 말라’면서 ‘득점을 내면 된다’고도 했다. 세자르 코치님도 내가 교체돼서 나가면 ‘에너지! 에너지!’라고 말하면서 힘내라고 했다. 상심할 시간이 없었다. 내 생각을 바꾸게 해준 것 같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용기를 얻은 박정아는 그렇게 ‘클러치박’이 됐다.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김연경이 후위에 위치했을 때 공격력이 약화되면서 연속 실점을 내주곤 했다. 그래서 라바리니 감독은 계속해서 공격적인 배구와 반격 과정에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시도할 수 있게끔 준비를 했다. 박정아의 공도 컸다. 이에 박정아는 “나 혼자 해결한 건 아니다. 모두가 만들어낸 것이다. (양)효진 언니, (김)수지 언니도 제 몫을 했고, 나도 내 몫을 한 것뿐이다.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원팀’의 힘을 전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기적을 일으킨 12인. 사진|선수 제공
2020 도쿄올림픽 4강 기적을 일으킨 12인. 사진|선수 제공

 

아울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 도중 희비가 엇갈린 박정아와 상대 에이스 티아나 보스코비치의 사진도 화제다. 박정아는 보스코비치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환한 미소를 지은 바 있다. 박정아는 “사실 블로킹 성공하고 내가 더 놀랐다. 이전까지 계속 내 블로킹 위에서 공격이 들어왔는데 하나 잡아서 너무 좋았다”며 “보스코비치는 안 좋은 공이 올라가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공격을 성공시킨다. 각도 크고, 타점도 높다. 정말 잘한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딱 한 번 울었다”고 강조한 박정아. 그도 세르비아전이 끝난 뒤 ‘마지막’이라는 말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박정아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마지막 올림픽을 치른 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이어 “연경언니랑 다른 언니들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깐, 다시 함께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깐 마음이 더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박정아에게도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9일 귀국한 박정아는 본가가 있는 부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정아는 “공항에 많은 분들이 계셔서 깜짝 놀랐는데, 어제 자주 가던 병원에서도 직원 분들이 전부 배구 잘 봤다고, 응원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 부끄러웠다. 여자배구 인기가 더 많아졌다는 거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박정아는 5년 전과 달리 도쿄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기억만 안고 돌아왔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올 수 있었다. ‘올림픽 4강’이라는 성적표 이상의 것을 얻은 ‘클러치박’이다.  
 

STN스포츠=이보미 기자

bomi8335@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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