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천 국일체육관에서 국일정공배 2013 전국여자실업농구대회가 개막했다. 대회 개막 3일째를 맞은 지난 24일, 국일체육관에서는 어렵지 않게 익숙한 얼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코트를 누볐던 선수들이 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실업여자농구를 평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천시청과 김천시청의 경기에선 박언주(전 우리은행)와 장선형(전 KB스타즈)이 실업팀으로 무대를 옮겨 재대결에 나섰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주축으로 공격을 이끌어 나갔다.
프로무대에서 ‘슈터’로 알려진 박언주는 사천시청에선 3점슛 이외에도 드라이빙과 강력한 수비 등 자신의 기량을 다방면에서 뽐내고 있었다. 장선형 역시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19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내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10득점, 10리바운드, 7스틸을 기록한 박언주의 사천시청이 승리했지만 두 선수는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 선수들 외에도 실업농구에는 일찍 프로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장선형과 함께 김천시청을 이끌고 있는 가드 박근영과 김민경도 지난 2010년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에 입단해 단 한 시즌만을 뛰고 실업으로 옮겨갔다.
대회에 출전한 5개 팀에서 평균 5~6명의 프로출신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에서 웬만큼 이름을 날렸던 선수가 팀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선수로 인해 실업리그의 순위는 뒤바뀌곤 한다. 2011년 KB스타즈에서 김천시청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옥과 장선형 덕분에 김천시청이 실업농구 최강이 된 것처럼 말이다.
프로무대에서 출전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던 선수나 프로생활을 이어가기엔 나이가 많아진 선수가 실업무대에서 농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 팬들도 그 선수들을 더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어 좋다. 또한 프로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실력을 발휘해 다시 프로로 입단하는 선수들도 종종 나온다. 프로생활 6년 동안 평균 15분 정도를 활약하다 사천시청에서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주축이 된 박언주는 "농수 선수가 아닌 선수로 벤치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서 주목받으며 농구하고 싶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한편에선 실업팀들이 우승을 위해 프로출신 선수들을 영입하다보니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막 졸업한 선수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대게 세 가지 길을 선택하게 된다.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프로무대, 학업을 이어가고 농구선수로도 활약할 수 있는 대학무대 혹은 실업무대다.
그러나 프로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는 극소수다.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 프로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농구를 하고 싶어도 실업무대가 아니면 갈 곳이 없다. 하지만 이젠 실업무대마저 프로출신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그들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것이다.
이는 비정상적인 한국 여자 농구의 시스템 문제가 한몫했고 실업팀들의 우승욕심도 한몫했다. 은퇴선수들도 살리고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윤초화 기자 / yoon23@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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