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얀(카타르)=STN스포츠] 이상완 기자 = "코치들을 신뢰한다. 오래기간 합을 맞췄기 때문에 내 자리를 채워줄 사람들이 많다. 내가 벤치에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을 하루 앞두고 한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하는 생각이 컸지만 현실이 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8일 2차전 가나전이 끝나고 퇴장을 당해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포르투갈전을 지켜봤지만 결과는 2대1 승리. 조 2위로 극적인 16강 진출을 만들었다. 벤치에는 또 한 명의 '벤투'가 있었다. '영원한 단짝'인 세르지우 코스타(49) 수석코치.
코스타 코치는 4년간 변함없이 묵묵히 벤투 감독 옆을 지켰다. 코스타 코치는 벤투 감독이 스포르팅 CP(포르투갈) 감독 재임 시절 팀의 스카우트와 전력분석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국가대표팀(2010~2014년)을 지휘할 때도 코스타 코치는 옆자리에 있었다. 크루제이루(브라질·2016년) 올림피아코스(그리스·2016~2017년) 충칭 당다리 리판(중국·2017~2018년) 등 떠돌이 감독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코스타 코치가 늘 지켰다. 오랜기간 벤투 감독을 봐온 만큼 생각과 전술, 전략 등 분신에 가까웠다.
포르투갈전에서도 벤투 감독의 빈자리가 전혀 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선발 명단은 벤투 감독의 의중이 들어갔을지는 몰라도 경기 중의 상황은 코스타 코치가 결정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벤투 감독이 그라운드에 있는 것처럼 코스타 코치는 적절한 용병술과 상황에 따른 전술변화 등 벤투의 그대로였다. 특히 후반전에는 빠른 결단으로 황희찬(울버햄튼)을 투입해 기어코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후방 빌드업부터 전방 침투, 패스, 압박 등 벤투식 축구가 그대로 그라운드에 펼쳐졌다. 코스타 코치는 경기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말 훌륭한 (벤투) 감독님이시다. 우리 곁에서, 앞에서 리드해야 한다. 그동안 아주 세세하게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잘 가이드 해줬다"며 모든 공을 벤투 감독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오늘은 좀 다른 전략을 하고자 했다. 우리 전술이 잘 반영됐고 전략을 잘 펼쳐서 강력했다고 생각한다"며 "벤투 감독님은 수비와 공격 등 전반적이고 전체적인 전략을 가르쳐줬다"라고만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 세계를 다니면서 그 이상을 함께 했으니 벤투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벤투 감독의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대로 문제는커녕 잠시 잊혀졌던 '저력의 축구' '저력의 한국'을 코스타 코치가 되살려줬다. 사실상 4년간 두 명의 벤투였다는 말이 농담은 아니었던 걸로 판명됐다.
*라이브(La'eeb)는 아랍어로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를 의미하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공식 마스코트다.
알라얀(카타르)STN스포츠=이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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