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얀(카타르)=STN스포츠] 이상완 기자 = "사실 벗으면 안 된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선수 생명에 있어 치명적일지도 모르지만, 그걸 알면서도 뛰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달렸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 선발 출전해 팀이 1-1로 16강 진출 좌절 문턱에서 천금같은 도움을 줘 팀을 구해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1분에 70m 가까이 드리블 돌파로 상대 진영을 침투해 황희찬(울버햄튼)이 뛰어 오는 걸 보고 정확히 패스, 황희찬이 기적적인 결승골을 만들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절실한 상황에서 결국 '에이스' 손흥민이 해줬다. 손흥민은 1차전 우루과이와 2차전 가나전에서 제대로 된 슈팅을 때리지 못한 가슴앓이를 했다. 주장으로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다. 2대3의 한끝 차이로 패한 가나전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자책했다.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카타르에 오기 전 안와골절로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강행 의지로 합류했다. 안면 보호대 마스크를 직접 제작하면서 출전 의지를 밝혔다. 의학적 소견으로는 최소 5~6주 휴식이 필요하지만, 손흥민은 "1%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라며 도하 땅을 밟았다. 이날 손흥민은 스스로 말한 1% 가능성을 기어코 뚫었지만 경기 막판 마스크를 벗는 등 위험한 행동임을 알면서도 선수 생명보다 승리가 더 절실했다.
손흥민은 취재진과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사실 벗으면 안 된다. 수술한 지가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뼈가 붙는데 최소 3개월은 걸린다"며 "뼈가 살짝 이제 실처럼 붙었다고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한 손흥민이었기에, 진정으로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 자긍심을 느끼고 알고 있기에, 주장의 무게감을 잘 알기에 뛰었다. 그러면서 "좋아서 해야 할 임무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게 아니고 리스크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해야 하는 게 나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6일(화) 새벽 4시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 974에서 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16강전을 치른다.
*라이브(La'eeb)는 아랍어로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를 의미하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공식 마스코트다.
알라얀(카타르)STN스포츠=이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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