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岩(청암)’의 숲 -2
‘淸岩(청암)’의 숲 -2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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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 홍(올드 포레스트)
淸岩 韓相奉 한국화. 사진|청암미술관
淸岩 韓相奉 화백의 작품. 사진|청암미술관

 

 “7, 8년 전 쯤 이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은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냉장해 두었던 음료수들을 이것저것 꺼내어 마시라고 권하시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난히 딸들에게 따뜻했던 아빠 생각이 나서 순간 마음이 저려왔다. 

“어느 날 갑자기 ‘조 규’ 회장님이 사우나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있었어요. 건강하셨던 분이었는데..., 그리고는 병원에서 지금까지 일어나지를 못하고 계세요. 참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너무 좋은 분이셨거든요. 지금은 제가 가끔 한 번씩 이 방에 와서 이렇게 있다가 가곤 합니다. 참 그리운 분이에요.” 선생님은 말씀을 끝까지 하지 못하셨다. 

후에 나는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오래된 스크랩북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KBS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시고 젊은 시절 화려했던 선생님의 전시회 관련 내용과 신문에 투고된 선생님의 그림에 대한 연재 기사 등이 스크랩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여의도에 위치한 淸岩 韓相奉 美術館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기사가 있었다. 

1989년도에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한 '주간조선' 잡지에 ‘무료 한국화 전시장 개설’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 사진|주간조선 1057호
1989년도에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한 '주간조선' 잡지에 ‘무료 한국화 전시장 개설’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 사진|주간조선 1057호

1989년도에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한 <주간조선> 잡지에 ‘무료 한국화 전시장 개설’이라는 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려 있다. 
 
「한국화가 淸岩 韓相奉씨(47)는 최근 서울 여의도 외교빌딩에 상설작품전시장을 열었다. 이 전시장은 한씨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청암동호회 회장 조규씨가 장소를 빌려줘 차리게 된 것. 이곳에는 한씨의 한국화 50여 작품이 걸려 있다. 국내 화단에서 이처럼 개인작품만 상설 전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한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독창적 기법을 개발, 27년째 한국화에만 몰두해 왔다고 한다.
그동안 개인전을 세 차례 가졌고, 한·중·일 중진작가 초대전, 한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작품을 선보였다. 83년까지 주로 실경산수나 관념산수를 그리다가 요즘에는 반추상적인 한국화풍에 관심을 쏟고 있다.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3시간 쯤 화필을 들고, 8시에는 집 근처 도봉산에 오르는 것이 일과. 산을 바라보면서 작품소재를 구상하는 일이 취미이자 생활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출처=주간조선 1989 1057호>

「서울 여의도에 있는 외교빌딩(지하 4층, 지상 10층) 소유주인 외교양행 대표 曺奎(55)가 요즘 빌딩 10층 중에서 70여평을 떼어 문화공간으로 쓰기 위해 칸막이작업 등 내부시설을 하고 있다. 조씨는 내부시설이 마무리되는 6월 초순께부터 첫 사업으로 淸岩  韓相奉 화백 초대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섬유수출업을 하고 있는 조씨는 고교 시절 미술부장을 지내며 화가의 꿈을 키웠으나 집안의 반대로 포기하고 이젠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 그러나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도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미술취미를 가꿔온 미술애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가 보기엔 상당한 수준에 오른 韓國畵를 아직도 무슨 아류처럼 인식하는 화단의 풍토가 못마땅해 우선 한국화에 정진하고 있는 화가들 중에서 淸岩화백을 골라 그를 위한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문화공간도 순전히 한국화 전시만을 위해 쓸 계획입니다. 조씨는 앞으로 유명화가들만 골라 상설전시장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淸岩  韓相奉 화백의 작품. 사진|청암미술관
淸岩 韓相奉 화백의 작품. 사진|청암미술관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이 미술관은 1989년부터 무려 33년 동안 유지되어 오고 있었다는 셈이 되는 것이다. ‘청암’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조규’ 회장님의 확고한 믿음이 아니고서는 가능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끝까지 지켜주던 김향안 여사와 그의 친구들처럼 말이다. 

글 / 윤 홍(올드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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