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축구계 포로 로마노가 이곳에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에는 포로 로마노가 존재했다.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을 가진 포로 로마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시설들이 밀집된 장소였다. 당시 사람들은 포로 로마노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포로 로마노처럼 STN 스포츠가 세리에A 관련 담론을 전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이형주의 포로 로마노], 194번째 이야기: ‘가족 위해 투잡’ 밀란 메시아스, “믿어준 이들에게 골 바칩니다”
주니오르 메시아스(30)가 자신을 믿어준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AC 밀란은 25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지방 마드리드주의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21/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조별리그 B조 5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밀란은 올 시즌 대회 첫 승을 거뒀고 아틀레티는 대회 3연패에 빠졌다.
경기 전 밀란은 대회 4경기에서 1무 3패를 기록 중이었다. 비기거나 지면서 한 경기 더 미끄러지면 그대로 꿈의 무대에서 아웃됨을 의미했다. 밀란은 후반 41분까지 아틀레티와 0-0 무숭부였고 초조함은 커졌다.
하지만 메시아스가 영웅이 됐다. 메시아스는 후반 41분 왼쪽 측면에서 프랑크 케시에가 올려준 공을 헤더로 밀어 넣었다. 이 골이 결승골이 됐고 밀란은 기사회생으로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1991년생의 공격 자원인 메시아스는 인간 승리 그 자체인 선수다. 6년 전인 2015년만 하더라도 축구 선수만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냉장고 배달원 일을 병행했다. 3년 전인 2018년에 겨우 프로레벨(세리에 C) 첫 경기를 치렀던 그다.
메시아스는 어려운 중에도 꿈을 놓지 않았다. 이후 FC 크로토네의 승격을 견인하고, 1부리그에서 펄펄 날더니 명문 밀란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날 꿈의 무대인 UCL에서 득점을 하는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날 메시아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이탈리아>를 통해 “오늘 제 골을 (안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들에도) 그간 저를 믿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바칩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경기력과 승리에 만족합니다. 아직 우리에게 UCL 16강행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이는 우리가 해야할 일(최종전 승리)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득점에 대해서는 “본능적이었습니다. 공이 내 쪽으로 오는 동안 움직임을 따라갔고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침착하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메시아스는 “오늘 일어난 일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지만, 겸손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칭찬에 들떠서도, 반대로 비판에 낙심해서도 안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두 개의 직업을 병행하던 가장. 그런 가장이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해 빛을 보기 시작했고 이날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메시아스가 만든 이 위대한 드라마는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