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최종예선] ‘선수들만의 탓?’ 벤투가 ‘전술’로 만든 기회는 얼마나 되는가
[亞최종예선] ‘선수들만의 탓?’ 벤투가 ‘전술’로 만든 기회는 얼마나 되는가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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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좌측)과 카이 하베르츠(우측). 사진|뉴시스/AP
파울루 벤투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좌측)과 카이 하베르츠(우측). 사진|뉴시스/AP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누가 추출하느냐에 따라 원석은 다이아몬드로 변하기도 하고, 돌덩이로 변하기도 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이라크(70위)를 홈에서 맞아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번에 치렀던 경기는 월드컵을 가냐 마냐를 결정하는 월드컵 예선 첫 경기였고, 상대적으로 열세의 전력의 이라크였음을 상기하며 들어가고 싶다. 실험의 성격이 있는 친선전인 것도 아니었고, 브라질, 프랑스 등 막강 전력의 팀과 맞붙은 것도 아니었다. 이 점만 보더라도 벤투호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을 향한 비난, 근데 근본적으로 이라크전서 ‘전술’로 만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나?

같은 날과 하루 뒤인 오늘(3일)까지 SNS 등에서 이날 뛰었던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날 헌신적으로 뛰었던 이재성은 전반 25분 골문 바로 앞에서 성공시키지 못한 슈팅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그 일부 축구 팬들의 비판 아닌 비난을 살펴보기보다 선수들이 이라크전의 경기력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책임지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다. 감독이 아무리 좋은 전술을 연습시키고, 가르친다 한들 이를 구현하는 것은 선수들의 일이다. 좋은 전술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구현하는 선수들에 따라 미미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날 많은 비판을 받았던 공격 작업에 있어 ‘그 때문에’ 감독의 역할은 ‘기회 창출’까지로 한정되기도 한다. 감독 계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지휘한다 한들, 우리 선수들의 골 결정력이 좋지 않으면 득점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격 상황의 감독 능력을 평가할 때는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것까지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이 논지에서 벤투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비판의 화살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한다. 해당 평가 기준 그대로 이라크전에서 벤투의 기회 창출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아까 이재성의 기회로 돌아와 그가 그 기회를 살렸다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축구에는 IF가 없는 법이다.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그가 그 기회를 살렸나 살리지 못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회가 벤투가 역설하는 빌드업 중시 축구에 따른 유기적인 전술에서 나왔냐를 봐야 한다. 

답은 ‘아니다’였다. 해당 기회는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 후 만들어진 기회가 아니라 코너킥 이후 상대 수비의 클리어링 미스에서 만들어진 기회였다. 경기를 봐도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에서 온 득점 기회는 손에 꼽았다. 전반 22분 황인범의 패스로부터 창출된 기회 등 손에 꼽도록 한정됐다. 

무의미한 볼 돌리기에 원투 패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감독의 역량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 면에서 최악에 가까웠다. 볼이 집중됐던 측면에서도 바깥쪽 공간을 파는 오버래핑만이 있을 뿐, 안쪽 공간을 파는 언더래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시안컵 8강 탈락, 일본전 참사도 참았는데…여전한 플랜A 고집-느린 축구

벤투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것 중 또 하나는 그가 3년의 시간을 부여받은 감독이라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월드컵까지의 임기를 보장 받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실망의 연속이다. 비록 최근 대회들에서 아시안컵 제패를 하지 못했지만 실력은 최정상급이라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가 벤투호로 나선 아시안컵에서 겨우 8강에 그쳤다. 팬들과 언론들은 임기 후 1년 밖에 되지 않은 벤투 감독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이후 평가전들에서도 이렇다 할 특색을 내지 못했다. 우리의 주 포메이션은 4-2-3-1이고 해당 포메이션 일변도가 너무나 강하다. 물론 팔색조 같은 전술을 무조건 선보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플랜B가 없는 것은 상대팀에게 선택지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더해 최근 일본전에서 벤투호는 0-3 참패를 당했다. A매치를 잡는 과정에서 축구협회의 매끄럽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장 안에서 우리는 부끄러울 정도로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벤투호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해줬다. 최근 2번의 월드컵 예선 중 감독 경질이 나왔던 우리나라는 3번째 ‘경질’을 단행하는 것에 민감하기에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칼을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가 현재 세계 최정상급 레벨일까 No.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최정상급이다

현재 한국 축구의 주소가 세계 최정상급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어느 대표팀이든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 월드 클래스에 근접한 EPL 베스트 손흥민, 빅리그를 향해 전진 중인 괴물 센터백 김민재, 리그 앙 두 자리 수 득점 황의조, 아시아 최고 수준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 등이 있다. 

하지만 벤투는 이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유럽 리그들, K리그서 맹활약 중인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이라크전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 축구가 세계적인 레벨은 아닐지언정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인 국가다. 그런 우리 대표팀이 한 수 아래의 이라크 대표팀에 완전히 말리는 경기를 펼쳤다. 공은 우리가 많이 잡고 공격은 주도했을지언정, 경기 플랜은 수비와 압박을 중시한 이라크가 원하는 대로 흘렀다. 벤투 감독은 딕 아드보카드 감독과의 전술 싸움에서 완패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기본적인 선수풀이 아시아 최고인 것과 별개로 선수들의 폼은 감독 전술의 영향을 받는다. 직전 시즌만 봐도 프랭크 램파드 감독 하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던 카이 하베르츠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그의 공격적 능력을 살려 제로톱으로 쓰며 박스 가까운 곳으로 활동하게 해주자 펄펄 날았다. 하베르츠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승골을 넣기에 이른다. 이 외에도 국내외 축구를 막론하고 감독의 전술이 선수를 다이아몬드 혹은 돌덩이로 만드는 예는 널렸다.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축구계의 공멸이다

단 한 경기 결과에 이렇듯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번 경기가 ‘월드컵 예선’이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이런 경기가 누적되면 ‘월드컵’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상상도 하기 싫은 시나리오지만 월드컵 탈락은 우리나라 축구계의 공멸이다. 가장 기본적인 스폰서 축소, 월드컵 중계권료 수령 실패의 돈 문제부터, 축구에 대한 관심 하락까지 포괄적인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축구계의 명운이 달린 예선의 첫 경기에서 이런 경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이야 경질되면 떠나면 그만일지 몰라도 한국 축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침소봉대해서는 안 되지만 또 반대로 단순히 한 경기 비겼다고 그냥 넘길 수는 없는 결과다. 

#레바논전 ‘벤투호 우리 대표팀'의 대승을 응원한다, 하지만 패배 시에는 경질이라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현 위기를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벤투호가 다가오는 화요일 레바논전에서 호쾌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대표팀을 응원해야 승산이 높아진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최악의 결과인 패배를 받아들이게 됐을 시에는 경질도 고려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김천 상무에서 계속 변화하는 멤버 구성 속에서도 팀을 만드는 김태완 감독 등 K리그 현직 감독들은 물론 야인으로 남아있는 감독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두렵다. 레바논전도 지고, 벤투 감독에 대한 경질을 생각하는 그림이. 하지만 그 두려운 세 번째 경질이라도 월드컵을 가기 위해 불가피하다면 단행해야 한다. 역시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그 길로 가지 않고 레바논전부터 승리 행진을 펼치는 것이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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