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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답답했던 김희진 “마지막 도쿄의 밤은 오열파티였다”

미안하고 답답했던 김희진 “마지막 도쿄의 밤은 오열파티였다”

  • 기자명 이보미 기자
  • 입력 2021.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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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사진|FIVB
김희진. 사진|FIVB

 

[STN스포츠=이보미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또 한 번 4강 신화를 쓴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았다. 올림픽 최종 12인 명단에 오르면서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미안하고 스스로 답답했던 김희진도 마찬가지다. 

김희진은 2019년 3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선임 이후 팀의 라이트 자리를 맡았다. 한국에서는 황연주 이후 ‘토종 라이트’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희진은 소속팀 IBK기업은행에서 센터와 라이트를 동시에 소화한 경험이 있었다. 더군다나 높이와 파워, 서브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 

그동안 한국은 ‘에이스’ 김연경 의존도가 높았다. 레프트에 공격이 편중됐던 것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라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김희진의 책임감도 컸다. 

하지만 김희진은 지난 5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앞두고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VNL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도쿄행도 불투명했다. 

VNL이 끝난 뒤 라바리니 감독이 다시 불렀다. 김희진과 함께 센터 김수지를 12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렇게 도쿄의 기적이 시작됐다.  

김희진은 10일 STN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대표팀 명단에 내 이름이 오르는 순간부터 사실 걱정이 앞섰다.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맞는 걸까.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은 게 아닐까’ 나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정신차려보니 도쿄였다”면서 “처음에는 내가 1옵션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서브 등으로 팀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옵션이 됐다. 경기를 뛰는 내내 미안했다. 실수를 해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많이 답답하기도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김희진에게는 한일전, 터키와의 8강전만큼 도미니카공화국전도 기억에 남는 경기다. 김희진은 “한일전, 터키전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도미니카공화국전도 기억에 남는 경기다. 부상 때문에 과감하게 공격을 못 때렸는데 그 정도 득점을 올렸고, 마지막에 내가 원하던 공격이 들어갔을 때 그 과정을 만들어준 팀원 모두가 내게 용기를 준 것 같았다. 팀원들 덕분에 내가 득점을 챙겨갈 수 있었다.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이 울기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희진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20점을 올린 김연경을 도와 16점을 선사했다. 팀은 5세트 접전 끝에 1승을 추가했고, 이어 한일전에서도 승수를 쌓고 8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는 메달보다 값진 감동을 선사했다. 코트 위에서 뛴 선수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세르비아와의 4강전이 끝나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캡틴’ 김연경이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말한 대로 선수단은 오열을 했다.  

김희진은 “모두가 모여 한 명씩 얘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감독님이 말할 차례였다. 계속 장난을 치던 감독님이었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 때 선수들도 다 눈물이 터졌다. 연경 언니 우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다보니 슬펐다”면서 “또 난 세자르 코치가 말할 때 만감이 교차했다. 일본전 이기고 세자르 코치가 SNS에 내 사진을 올렸는데, 주변에서 좋은 활약도 하지 않은 선수의 사진을 왜 올렸느냐 물었다더라. 그래서 세자르 코치가 한국 리그에서 아포짓(라이트)으로 제대로 뛰지도 않았고, 어렵게 도쿄까지 온 선수여서 올렸다고 답했다고 했다”며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를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동시에 김희진은 김연경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을 함께 했다. 김연경은 세르비아전이 끝난 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꺼낸 바 있다. 김희진은 10일 김연경의 SNS 게시물 댓글로 “언니 제가 대표팀에 들어온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단 한 번도 언니가 없던 순간이 없었네요. 이런 말 조금 쑥스럽지만 저의 처음에는 언니가 있었고, 언니의 마지막에는 제가 있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남겼다. 김희진의 진심이었다. 

김희진은 “진짜 진심이었다. 어떻게 이 말을 뒤죽박죽 섞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연경 언니는 배구의 한 역사를 썼다. 그냥 배구의 역사다. 어릴 때는 내게 엄청난 우상이었다. 연경 언니랑 같은 코트에 있었다는 게 영광이다”며 진심을 전했다. 

사진|FIVB
사진|FIVB

 

대표팀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희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김연경은 홀로 인터뷰로 인해 자리를 지킨 가운데 팬들은 떠나는 선수들을 향해 달려가는 등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김희진은 “공항에서 많이 놀랐다. 여자배구 인기도 실감했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좀 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놀랐다. 또 몇몇 선수가 아니라 막내 선수들까지 다들 좋아해주셔서 또 놀랐던 것 같다”고 했다.   
김희진은 모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취했다. 그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했다. 짐 정리하고 넷플릭스 봤다. 아직도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주변에서 수고했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무릎은 이틀 쉬었더니 지금은 괜찮다”고 밝혔다. 

이제 다시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는 김희진은 “대표팀에서 했던 라이트로서의 퍼포먼스보다는 원래 팀에서 하던 미들블로커로서 좀 더 다른 플레이를 보여드릴 것 같다. 몸 상태 끌어 올려서 좋은 퍼포먼스 보여드릴테니 팬 분들도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국내에서 기다린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STN스포츠=이보미 기자

bomi8335@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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