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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⑰] 세비야, 칼자루를 쥐다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⑰] 세비야, 칼자루를 쥐다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21.07.16 23:59
  • 수정 2021.08.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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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공격수 유세프 엔 네시리. 사진|라리가 사무국
세비야 공격수 유세프 엔 네시리. 사진|라리가 사무국

[STN스포츠(스페인/세비야)=이형주 기자]

토요일 토요일은 라리가다!

2020/21시즌 라리가는 연일 수준 높은 경기를 양산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를 다투는 리그다웠다. 이에 라리가 20개 팀의 시즌을 [이형주의 유럽레터] 속 토토라(토요일 토요일은 라리가다!) 특집으로 매 토요일에 되돌아본다.

더불어 진행되는 금금세(금요일 금요일은 세리에다!), 일일E(일요일 일요일은 EPL이다!)도 기대해주시길 부탁드리면서, 독자 분들께 해외축구에 대한 제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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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훌렌 로페테기 감독. 사진|이형주 기자(스페인 발렌시아/메스타야)
세비야 훌렌 로페테기 감독. 사진|이형주 기자(스페인 발렌시아/메스타야)

-세비야 FC (38전 24승 5무 9패) <4위>

세비야 FC가 칼자루를 쥐었다. 

중국 진나라의 실질적 개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마의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그의 가문이 찬탈을 했기에 역적의 대명사로 불린다. 망탁조의라는 역적을 가리키는 말에도 사마의의 이름이 들어간다. 

사마의를 비롯한 사마 가문이 권력을 쥐게 된 것은 249년 고평릉 사변의 일이다. 사마의는 해당 사변 때 자신의 정적이던 조상 일파를 친 뒤 그의 삼족을 멸하면서 권력을 쥐게 된다. 

이 사마의의 삶을 재조명한 중국 드라마 대군사 사마의에서 등장인물 사마의는 고평릉 사변에 앞서 “내 평생 남의 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칼자루를 쥘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간 다른 권력의 도구였다면, 이제는 자신이 주체가 돼 칼을 휘두르겠다는 선포였다. 라리가 세비야의 올 시즌과 닮아있는 말이었다.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대도시 세비야를 연고로 하는 클럽이다. 하지만 라리가 양강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에다 발렌시아 CF, 아틀레틱 클루브 등 다른 라리가 명문들로 인해 예전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게다가 같은 연고에 레알 베티스의 존재도 있어 더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세비야가 현대로 오며 달라졌다. 세비야는 2010년대 호성적을 올렸고 특히 유럽 대회, 특히 유로파리그를 3연패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세비야 단장 몬치. 사진|라리가 사무국
세비야 단장 몬치. 사진|라리가 사무국

세비야의 변화에는 물론 좋은 감독들과 좋은 선수들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2000년 세비야의 디렉터로 취임해 AS 로마 시기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헌신하고 있는 ‘풋볼 디렉터’ 몬치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몬치는 유스 투자를 늘리며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란 선수들을 높은 가치에서 팔았다. 세르히오 라모스,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헤수스 나바스, 알베르토 모레노, 디에고 카펠 등이 이런 케이스였다. 몬치는 유스 선수들의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다니엘 알베스, 아드리아누 코헤이아, 페데리코 파시오, 세이두 케이타, 이반 라키티치 등 싸고 재능 있는 자원으로 치환시켰다. 이 선수들이 또 성장하면 높은 값을 받고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몬치의 황금 눈 속에서 세비야는 일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도 이적료 차익으로 날로 부유해졌다. 세비야가 거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그만 보자면 세비야는 왕좌에 한 번도 다다르지 못했다. 우승권 전력이 되면 선수들이 유출돼 다시 리빌딩을 해야 했던 것이 수차례였기 때문이다. 즉 선수들을 보내며 그 선수들이 다른 클럽서 우승을 하는 것을 봐야 했다. 세비야도 사마 가문처럼 남의 칼로만 기능했지 칼자루를 잡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세비야가 그간 응축해온 힘들을 올 시즌 뿜어냈다. 세비야는 내공을 보여주며 우승 경쟁을 했다. 세비야가 남의 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 칼자루를 손에 쥔 것이다. 

세비야는 지난 2019/20시즌부터 훌렌 로페테기 감독 체제로 운영됐다. 이전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 시절 유럽 최고 수준의 압박 축구, 공격 축구를 구사하던 팀에서 실리 축구, 수비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됐다. 물론 수비 축구라 해서 완전히 내려앉는 축구는 아니었다. 

세비야는 주전 레프트백 세르히오 레길론이 토트넘 핫스퍼로 떠나면서 주전 포백에 변화가 생겼지만 마르코스 아쿠냐가 이를 완벽히 메워내며 견실한 포백을 유지했다.

세비야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 사진|라리가 사무국
세비야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 사진|라리가 사무국

또 특기할만한 이적은 이반 라키티치의 합류였다. 세비야는 직전 시즌 리그 순항과 유로파리그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에베르 바네가가 고국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 이에 공백이 클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라키티치로 메웠다. 라키티치는 최근 바르사에서 맹활약해 바르사 색깔이 강하긴 하지만 원래 세비야에서 뛰었던 선수. 세비야에서 피앙세를 만나기도 했던 그는 적응기간 없이 완벽히 팀에 녹아들었다. 

다만 세비야가 올 시즌 슬로우 스타터의 면모를 보였다. 세비야 직전 시즌 유로파리그 결승까지 치르며, 프리시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에 초반에 조금 휘청였다. 리그 6경기에서 2승 1무 3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다시 경기 감각을 찾으면서 세비야가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19라운드부터 6경기를 6연승으로 쓸어담았다. 이에 세비야의 목표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세비야의 목표는 4위 안 진입이었다. 하지만 리그 순항이 계속되고, 경쟁 팀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세비야 역시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칼의 역할만 했던 세비야가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올 시즌 리그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세비야. 사진|라리가 사무국
올 시즌 리그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세비야. 사진|라리가 사무국

중후반기 공격진에서 유세프 엔 네시리, 미드필더진에서 페르난두 헤지스, 수비진에서 쥘 쿤데, 골키퍼 야신 부누가 특히 활약했다. 네 선수는 리그 최정상급의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세비야는 이에 순풍을 탔다. 특히 부누는 28라운드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득점하는 독특한 장면으로 화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세비야가 결국에는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한 때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4파전을 벌이기도 했던 그들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스쿼드의 두께 면에서 앞에 나열된 팀들을 넘을 수 없었다. 이 간극은 성적에서의 간극으로 나타났다. 

세비야의 우승 도전은 34라운드 아틀레틱 클루브전에서 0-1 패배하며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후 세비야는 우승 보다는 4위 사수를 하게 됐고, 원래 시즌 목표였던 이는 가뿐히 달성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리그 막판 팀에 힘이 돼준 세비야 공격형 미드필더 알레한드로 '파푸' 고메스. 사진|라리가 사무국
리그 막판 팀에 힘이 돼준 세비야 공격형 미드필더 알레한드로 '파푸' 고메스. 사진|라리가 사무국

이번 시즌 이후에도 세비야는 늘 그랬듯 주축 선수들에 대한 문의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연이은 ‘거상’의 면모로 세비야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칼자루를 쥐는 맛만 봤다면, 현재의 상황이 이어지면 완전히 칼을 꽉 잡고 검무를 추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세비야가 호령하게 될 시대가 현재로만 보면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팀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엔 네시리. 사진|라리가 사무국
팀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엔 네시리. 사진|라리가 사무국

◇올 시즌 최고의 선수 - 유세프 엔 네시리

엔 네시리는 올 시즌 18골을 폭발시키며 팀 공격은 물론 팀 전체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1월 절정의 폼을 보여주며 해당월에만 7골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라리가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계속 어려움을 겪던 세비야는 엔 네시리의 활약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세비야 센터백 쥘 쿤데. 사진|라리가 사무국
세비야 센터백 쥘 쿤데. 사진|라리가 사무국

◇올 시즌 최우수 유망주(시즌 중 만 23세 이하) - 쥘 쿤데

그의 키는 178cm. 분명 센터백들 중에서 작은 키다. 하지만 그의 작은 키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으로 인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친 점프력으로 공중볼을 따내는 한편, 디에구 카를로스와 완벽한 호흡으로 세비야의 탄탄한 수비를 만든 선수다. 

◇시즌 최악의 경기- 34R 아틀레틱 클루브전 (0대1 패)

이날 경기를 펼치기 전까지 세비야의 우승 도전은 망상이 아닌 눈 앞에 보이는 도전 과제였다.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던 세비야였지만 단단한 아틀레틱의 대응에 당황했고 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이냐키 윌리엄스에게 실점하며 0-1 패배를 받아들었다. 

◇시즌 최고의 경기 - 29R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1대0 승)

세비야에 자신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경기. 여기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상위권 팀들에게 동등히 맞서는 것 뿐 아니라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걸 의미했다. 세비야는 전반 7분 루카스 오캄포스의 페널티킥 실축이 나왔지만 좋은 경기를 이어갔고 후반 24분 터진 아쿠냐의 득점으로 1-0으로 승리했다. 

필드골 득점 후 환호하는 야신 부누 골키퍼와 선수들. 사진|라리가 사무국
필드골 득점 후 환호하는 야신 부누 골키퍼와 선수들. 사진|라리가 사무국

◇시즌 최고의 베스트11

세비야 FC (4-3-3): 야신 부누, 마르코스 아쿠냐, 디에구 카를로스, 쥘 쿤데, 헤수스 나바스, 페르난두 헤지스, 알레한드로 고메스, 이반 라키티치, 루카스 오캄포스, 수소, 유세프 엔 네시리  *감독: 훌렌 로페테기

사진=라리가 사무국, 이형주 기자(스페인 발렌시아/메스타야)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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